한국전통간식

한국 전통 간식 찹쌀도넛을 베이글처럼 변형해본 실험기 – 쫀득함 속의 새로운 일상

theblackbrother 2025. 8. 27. 11:10

나는 찹쌀도넛을 먹을 때마다 그 쫄깃한 식감 속에 숨어 있는 무궁무진한 가능성을 느낀다. 한국 전통 간식으로 자리 잡은 찹쌀도넛은 분명 추억의 길거리 음식이지만, 동시에 세계 어디에 내놔도 통할 수 있는 매력을 지니고 있다. 하지만 많은 사람들에게 찹쌀도넛은 여전히 기름지고 단맛이 강한 간식일 뿐이다. 나는 이 편견을 깨고 싶었다. "만약 찹쌀도넛이 기름에 튀겨지는 대신 물에 데쳐지고, 고소한 토핑과 함께 즐길 수 있다면 어떨까?" 바로 그 순간, 나는 찹쌀도넛을 ‘베이글’처럼 변형하는 실험을 떠올렸다. 베이글은 구멍이 뚫린 둥근 모양으로, 한 번 끓는 물에 데친 뒤 구워내기 때문에 특유의 쫄깃함과 고소함이 살아난다. 찹쌀도넛의 본질적인 쫀득함과 베이글의 구조적 특성이 만난다면, 전혀 새로운 한국형 브런치가 탄생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아이디어는 단순히 전통 간식을 다른 형태로 변형하는 것이 아니라, 전통과 현대의 식문화가 교차하는 순간을 디자인하는 작업이었다.

한국 전통 간식 찹쌀도넛


한국 전통 간식 찹쌀도넛 반죽의 한계와 베이글 방식의 도전

실험의 첫 단계는 반죽이었다. 찹쌀도넛 반죽은 일반 밀가루 반죽과 달리 점성이 강해 쉽게 늘어나지 않는다. 그 때문에 반죽을 동그랗게 빚고 중앙에 구멍을 내는 과정은 의외로 까다로웠다. 하지만 나는 이 점성이야말로 찹쌀도넛의 개성을 살릴 수 있는 포인트라고 생각했다. 반죽을 얇게 늘려 구멍을 크게 만들자, 모양은 조금 투박했지만 베이글과 닮은 원형 구조가 완성되었다.

다음 과정은 가장 큰 도전이었다. 찹쌀도넛은 본래 기름에 튀겨야 완성되지만, 나는 기름 대신 끓는 물에 데쳐내기로 했다. 반죽을 뜨거운 물에 담그자 순간적으로 표면이 익으면서 질긴 막이 형성되었다. 이것은 베이글을 데칠 때와 유사한 현상이었다. 하지만 내부는 여전히 덜 익어 끈적함이 남았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반죽을 미리 오븐에서 1차로 살짝 구워 수분을 조절한 뒤 다시 데치는 방식을 시도했다. 결과적으로 반죽은 쫀득함을 유지하면서도 표면은 탄탄해졌다. 마지막으로 오븐에서 180도에서 15분간 구워내자, 놀랍게도 찹쌀도넛은 더 이상 기름진 간식이 아니라 담백하고 쫄깃한 베이글의 질감을 닮아 있었다.


나는 베이글과 찹쌀도넛을 나란히 놓고 바라보면, 두 음식이 전혀 다른 문화에서 탄생했음에도 불구하고 묘하게 닮은 지점이 있다는 사실을 느낀다. 베이글은 유럽 이민자들의 식탁에서 시작된 빵으로, 구멍이 있는 원형 구조와 끓는 물에 데친 뒤 구워내는 방식 덕분에 쫄깃한 식감을 가진다. 반면 찹쌀도넛은 한국 길거리에서 흔히 만날 수 있는 전통 간식으로, 기름에 튀겨낸 뒤 속에 단팥이나 고구마 소를 채워 달콤한 풍미를 강조한다. 한쪽은 구움빵, 다른 한쪽은 튀김떡이라는 뚜렷한 차이를 지니고 있지만, 두 음식 모두 ‘쫀득함’이라는 공통된 매력을 가지고 있다.

베이글의 쫀득함은 밀가루 반죽 속 글루텐이 만들어낸 결과물이다. 장시간 발효와 고온의 구움 과정을 거치며 글루텐이 조직을 형성해, 씹을수록 탄력이 살아난다. 반대로 찹쌀도넛의 쫀득함은 찹쌀가루의 점성이 빚어낸 자연스러운 성질에서 비롯된다. 이 차이는 단순한 식감의 차이를 넘어, 재료와 조리 문화가 어떻게 다르게 발달했는지를 보여주는 흥미로운 사례다. 밀을 주식으로 삼았던 서양과, 쌀을 주식으로 삼았던 동양의 식문화가 반죽 하나에도 고스란히 담겨 있는 것이다.

또 하나 주목할 점은 두 음식이 가지는 상징성이다. 베이글은 뉴욕을 상징하는 대표적인 빵으로 자리 잡으며, 아침 식사의 대명사처럼 소비된다. 반면 찹쌀도넛은 여전히 ‘추억의 간식’이라는 이미지가 강하다. 하지만 만약 찹쌀도넛이 베이글의 구조를 빌려 새로운 변신을 한다면, 두 음식의 간극은 줄어들고 현대인의 식탁에서 비슷한 위치를 차지할 수 있을 것이다. 나는 이 지점에서 문화적 상상력을 확장한다. 서로 다른 역사와 조리법을 가진 두 음식이 만나는 순간, 단순한 비교를 넘어 새로운 융합이 시작된다. 베이글과 찹쌀도넛은 결국 다른 언어로 같은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그것은 바로 "쫀득함은 언제나 사람들을 끌어당긴다"는 메시지였다.

새로운 맛과 비주얼이 보여준 가능성

완성된 찹쌀도넛 베이글을 꺼내는 순간, 나는 새로운 디저트를 넘어선 ‘하이브리드 음식’을 마주한 기분이 들었다. 표면은 고소하게 구워진 빵처럼 갈색빛을 띠었고, 내부는 쫀득하면서도 밀도 높은 찹쌀 특유의 질감이 살아 있었다. 여기에 크림치즈를 발라보니, 일반 베이글보다 훨씬 진득한 씹는 맛이 조화를 이루었다. 누군가는 "이건 떡 샌드위치 같다"고 했고, 또 다른 이는 "브런치 카페에서 충분히 팔 수 있는 메뉴"라고 평했다.

나는 다양한 토핑을 시도했다. 흑임자 페이스트, 달콤한 단호박 크림, 그리고 매콤한 고추장 버터까지. 의외로 모든 재료가 잘 어울렸다. 특히 고추장 버터는 전혀 상상하지 못했던 조합이었는데, 매운맛과 찹쌀의 담백함이 어우러져 독특한 개성을 만들어냈다. 이 과정에서 나는 깨달았다. 찹쌀도넛 베이글은 단순한 변형이 아니라, 새로운 식문화 실험의 출발점이었다. 전통 간식의 재료적 특성이 새로운 형태 속에 녹아들면서, 전혀 다른 미각 경험을 창조해낸 것이다.

찹쌀도넛 베이글이 제시하는 미래적 가치

이 실험은 단순히 한 끼 간식을 만드는 차원을 넘어, 전통을 계승하는 새로운 방식을 보여주었다. 찹쌀도넛은 원래 명절이나 길거리에서 즐기던 전통 간식으로 남아 있었다. 하지만 베이글이라는 서양의 구조와 만나면서, 그것은 일상적인 아침 식사 메뉴나 카페의 브런치 아이템으로 확장될 수 있었다. 문화적으로도 의미가 크다. 전통 간식이 단지 과거의 유물로 소비되는 것이 아니라, 현대인의 라이프스타일 속에서 다시 살아나는 순간이었기 때문이다.

나는 이 변형이 해외 시장에서도 충분히 통할 수 있다고 본다. 외국인들에게 떡은 여전히 낯선 음식이지만, 베이글은 이미 익숙한 메뉴다. 따라서 찹쌀도넛 베이글은 ‘낯설고 익숙함이 동시에 공존하는 음식’으로 해외 소비자들의 호기심을 자극할 수 있다. 또한 건강한 탄수화물과 글루텐 프리라는 장점을 내세우면, 웰빙을 중시하는 글로벌 푸드 트렌드에도 맞아떨어진다. 나는 이 작은 실험을 통해 전통의 본질이 결코 고정된 것이 아님을 다시금 확인했다. 찹쌀도넛은 베이글로 변형되는 순간, 단순한 과거의 간식이 아니라 미래형 식문화의 주인공으로 거듭날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