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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전통간식

한국전통간식 약과로 만드는 크림치즈 디저트 타르트 – 전통과 창조의 맛 실험기

디저트를 만든다는 행위는 단순히 맛을 창조하는 것이 아니다. 그 안에는 문화가 녹아 있고, 기억이 쌓이며, 전통이 스며든다. 최근 몇 년 사이 한국의 전통 간식들이 조용히 재조명되고 있다. 그중에서도 약과는 유난히 복합적인 표정을 가진 간식이다. 기름에 튀겼지만 무겁지 않고, 달콤하지만 지나치지 않다. 하지만 여전히 "낡았다"는 오명을 벗지 못한 채, 제사상이나 전통 혼례음식의 자리에만 머무르고 있다. 오늘은 이 약과에게 새로운 무대를 내주고자 한다. 바로, 크림치즈 타르트의 베이스로서다. 현대적인 디저트와 전통 간식의 정면 충돌은 어떤 맛을 만들어낼까? 그 실험을 시작해본다.

한국전통간식 약과

한국전통간식 약과는 정말 ‘타르트’가 될 수 있을까?

처음 이 아이디어가 떠올랐을 땐 솔직히 웃음이 나왔다. 겉은 꾸덕하고 속은 촉촉한 약과가 어떻게 바삭한 타르트의 질감을 대신할 수 있단 말인가. 하지만 동시에 궁금했다. 만약 약과를 잘게 부수고, 버터 없이도 자연적인 점착력을 이용해 크러스트처럼 성형할 수 있다면? 그 위에 새콤하면서도 부드러운 크림치즈 필링을 얹는다면? 여기서부터 모든 실험은 시작되었다.


타르트는 원래 프랑스 디저트의 대표 격으로, 단단한 베이스 위에 크림이나 과일을 얹는 구성이다. 하지만 이 정형화된 구조 속에서도 창의성은 얼마든지 개입할 여지가 있다. 나는 약과를 타르트의 ‘틀’로 사용하면서, 단지 식감을 대체하는 수준이 아니라 디저트 구조 자체를 재해석하는 가능성을 발견했다.

보통 타르트는 ‘받침’ 역할을 하는 크러스트가 식재료적으로는 기능적이다. 쉽게 무너지지 않아야 하고, 단단해야 하며, 필링과의 조화를 견딜 수 있어야 한다. 약과는 전통적으로 이런 구조를 염두에 두고 만들어진 간식이 아니기 때문에, 그 자체로 타르트를 구성한다는 것은 일종의 모순처럼 보일 수도 있다. 하지만 바로 그 모순이 창의성의 출발점이었다.

약과는 단맛, 기름기, 밀도라는 세 가지 특성을 동시에 지니고 있기 때문에 오븐에서 굽는 방식에 따라 전혀 다른 질감으로 진화한다. 얇게 펴서 구웠을 때 나타나는 ‘카라멜라이즈드’된 표면은 일반적인 타르트 크러스트에서는 구현하기 어려운 복합적인 풍미를 만들어낸다. 여기에 크림치즈가 더해지면서 부드러움과 무게가 동시에 존재하게 되고, 결국 디저트 전체가 한 입 안에서 ‘겹겹이’ 느껴지는 구조를 갖게 되는 것이다.

나는 이 실험을 통해 단순한 레시피 개발을 넘어, 전통 간식이 디저트 아키텍처를 어떻게 바꿀 수 있는지를 체험했다. 약과는 더 이상 조연이 아니었다. 기존 타르트의 기능적 틀을 넘어서, 구조 자체를 주도하는 주인공으로 자리 잡았다. 이것은 단순히 재료의 치환이 아니라, 디저트 구조를 새롭게 정의하는 시도였다.

약과를 통해 타르트를 만들면서, 나는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우리가 디저트를 ‘어떻게 만들어야 한다’는 고정된 프레임 안에서만 접근하고 있었던 것은 아닐까?
전통 음식도 ‘틀’을 바꾸면 새로운 의미를 가질 수 있다.
그리고 그 틀은, 오히려 낯선 조합 속에서 진짜 자신의 역할을 되찾게 된다.

약과를 크러스트로 변형하기까지의 과정

약과는 일반 비스킷처럼 쉽게 부서지지 않는다. 꿀과 조청이 스며든 쫀득한 질감은 기계로 갈기에도 부담스러웠다. 나는 손으로 하나하나 잘게 찢었다. 약과의 결을 따라 결대로 찢는 것이 핵심이었다. 그다음, 중불에 달군 팬에 약과 조각들을 올리고 살짝 구웠다. 표면이 바삭해지는 순간, 약과의 성질이 완전히 달라졌다.

이후에는 타르트 틀에 얇게 눌러 깔기 시작했다. 버터도, 설탕도 넣지 않았다. 약과 자체의 단맛과 점성이 자연스럽게 틀 모양을 잡아주었다. 예열된 오븐에서 170도에서 8분간 한 번 더 구웠더니, 마치 그래놀라 베이스를 굳힌 듯한 결과물이 나왔다. 겉은 단단하지만 속은 약간 쫀득하게 살아있었다. 전통 간식이 만든, 아무도 예측하지 못한 ‘타르트 크러스트’였다.

크림치즈 필링의 고민 – ‘단맛의 충돌’을 피하라

약과는 기본적으로 이미 달다. 여기에 크림치즈 필링까지 달게 해버리면 전체적으로 ‘물리는’ 맛이 될 수밖에 없다. 나는 단맛을 최대한 배제한 필링을 개발해야 했다.

크림치즈 250g, 플레인 요거트 100g, 레몬즙 약간, 그리고 감미료는 단 한 방울의 조청만 사용했다. 이 조청은 단순히 단맛을 위한 것이 아니라, 약과와의 연결 고리를 만들어주기 위한 역할이었다.
섞을 때 휘핑은 하지 않았다. 공기를 넣지 않음으로써 크림치즈 특유의 무게감과 꾸덕함을 유지하려 했다. 타르트 위에 필링을 얹었을 때, 시각적으로도 묵직한 질감이 전해지도록 하는 것이 의도였다.

토핑의 실험 – 무화과와 깻잎으로 ‘이질적 조화’ 실현

여기서 잠깐. 일반적인 디저트였다면 딸기, 블루베리, 민트로 끝냈을 것이다. 하지만 나는 이 타르트가 흔한 디저트로 오해받지 않기를 바랐다. 약과가 바닥을 차지하는 이 디저트는 ‘정체성’을 가져야 했다.

그래서 선택한 것이 말린 무화과 슬라이스와 얇게 튀긴 깻잎이었다. 무화과는 은근한 단맛과 씨의 텍스처로 시각적·미각적 포인트를 줬고, 깻잎은 바삭하게 튀겨내어 전체의 무게감을 잡아주는 역설적인 역할을 했다. 약과, 크림치즈, 깻잎, 무화과. 네 가지가 만나면서 탄생한 건 ‘오방색’처럼 다양한 식감과 풍미의 조화였다.

시식과 반응 – 전통에 대해 사람들이 바라는 것

시식은 가까운 지인 5명을 대상으로 진행했다. 그 중 2명은 약과를 평소에 좋아하지 않는다고 고백했다. 놀랍게도 그들이 가장 먼저 손을 뻗었다. 그 이유는 명확했다. ‘약과가 여기에 들어갈 줄은 몰랐어.’
첫 입에 느껴지는 쫀득한 바닥, 이어지는 묵직한 크림치즈, 그리고 마지막으로 깻잎의 바삭함과 무화과의 달콤한 마무리. 예상치 못한 구조였지만, 누구도 이질적이라 하지 않았다.

오히려 모두가 말했다. ‘이건 약과가 아니라 새로운 디저트야.’

디저트로서의 가치와 상업화 가능성

이 약과 타르트는 단순한 실험이 아니다. 실제로 디저트 카페나 전통을 재해석하는 브랜드에서 충분히 상품화할 수 있는 가능성이 있다. 기존 타르트보다 재료 단가가 낮고, 보관이 용이하며, 무엇보다 시그니처화하기 쉽다. ‘전통을 현대적으로 풀었다’는 서사도, 콘텐츠 마케팅에도 매우 강력한 무기가 된다.

‘할머니 간식’이라는 인식을 가진 약과가, 도시의 젊은이들이 들르는 디저트 카페에서 주인공으로 재등장한다면, 그것 자체가 하나의 문화적 메시지가 되지 않을까?

 

나는 오늘 약과로 타르트를 만들었다. 하지만 사실은 타르트를 만든 게 아니다. 나는 약과라는 고정된 이미지 속에서 가능성을 꺼내고, 크림치즈라는 현대의 언어로 그것을 다시 해석했다.

디저트는 단순히 입 안에서 녹는 무언가가 아니라, 과거와 현재, 문화와 개인의 기억을 연결하는 매개체다.
그 중심에서 약과가 이제 ‘제사상’이 아닌 ‘카페 진열대’ 위로 올라갈 준비가 되었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이 타르트를 먹는 누군가가 어린 시절의 설날을 떠올리게 된다면, 나는 오늘 이 실험에서 충분히 성공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