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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전통간식

쑥떡을 활용한 초콜릿 쑥브라우니 실험기

나는 늘 익숙한 재료를 낯선 조리법에 던져보는 일을 즐긴다. 그중에서도 쑥떡은 유난히 ‘무겁게 느껴지는’ 한국 전통 간식 중 하나였다. 시장에 나가면 쉽게 구할 수 있지만, 막상 그 쑥떡을 일상적으로 먹는 사람은 드물다. 나 역시 쑥떡을 보면 ‘어릴 적 외할머니 댁에서 먹던 간식’이라는 감상에 잠기기만 했을 뿐, 자발적으로 꺼내 먹은 적은 거의 없었다. 그러던 중 냉동실에 남아 있던 쑥떡 몇 개가 눈에 들어왔다. 그 순간, 쑥떡의 진득함과 카카오의 쌉쌀한 맛이 만나면 어떨까 하는 발상이 스쳤다. 브라우니의 밀도와 쑥떡의 점성이 어우러지면 흥미로운 결과물이 나올 수 있겠다는 예감이 들었다. 그래서 이 실험은 단순한 간식 조합을 넘어, 전통 간식의 현대적 변형 가능성을 테스트해보는 계기가 되었다. 쑥떡이라는 전통적 식재료를 ‘디저트의 주재료’로 전환해보기 위한 도전이 시작된 것이다.

한국전통간식 쑥떡

한국 전통 간식 중 쑥떡과 브라우니 반죽의 충돌, 그리고 화해

쑥떡은 그 자체로 끈적하고 탄력이 있으며, 설탕 대신 조청의 단맛이 중심을 이루는 한국 전통 간식이다. 그래서 일반적인 밀가루 기반 브라우니 반죽과 섞는 데에는 몇 가지 문제점이 생겼다. 쑥떡을 단순히 잘게 썰어 넣는 것만으로는 반죽 안에 고루 퍼지지 않았고, 굽는 도중 떡이 오히려 딱딱해지며 식감을 해치기도 했다. 그래서 나는 쑥떡을 완전히 녹여 활용하는 방식으로 전환했다. 쑥떡을 중탕으로 천천히 데우면서 분해하고, 그 안에 생크림을 소량 넣어 부드럽게 풀어주었다. 이렇게 만들어진 ‘쑥 크림’은 기존 브라우니 반죽에 녹아들면서 색다른 쓴맛과 향을 남겼다. 카카오 70% 이상의 다크 초콜릿과 섞였을 때, 쑥 고유의 향이 은은하게 배어 나오면서 마치 말차 브라우니 같은 감각을 자아냈다. 두 재료는 처음엔 서로 밀어내는 듯했지만, 조리 온도와 비율을 조정하면서 점차 균형을 찾아갔다. 이 충돌과 조화의 과정을 통해, 쑥떡은 단순히 ‘토핑’이 아니라 브라우니의 핵심 풍미로 변신했다.


브라우니는 단순한 초콜릿 케이크가 아니다. 나는 이 디저트를 만들 때마다 ‘반죽의 농도’가 맛의 70% 이상을 결정한다는 사실을 실감한다. 특히 이번 쑥브라우니 실험에서는 전통 간식인 쑥떡이라는 재료가 개입하면서, 반죽의 균형이 예상보다 훨씬 민감하게 무너졌다. 처음에는 일반적인 브라우니 레시피를 기반으로 만들었다. 밀가루, 버터, 설탕, 계란, 다크 초콜릿, 이 다섯 가지가 핵심이었다. 그러나 여기에 쑥떡을 섞자 밀가루의 글루텐 형성이 방해를 받아 전체 반죽이 지나치게 쫀득해지거나, 반대로 쉽게 분리되기도 했다.

나는 반죽의 밀도를 조절하기 위해 밀가루 대신 아몬드 파우더를 사용해보았다. 이 선택은 예상 외로 긍정적인 결과를 가져왔다. 아몬드 파우더는 쑥떡의 점성과도 자연스럽게 어우러졌고, 반죽을 과하게 무겁게 만들지 않으면서도 풍미를 더해주었다. 또한 쑥떡이 갖는 ‘쫀득한 덩어리’가 반죽 내에서 일관되지 않게 분포되면서, 자칫 식감의 이질감을 만들 수 있었기에, 나는 반죽을 섞을 때 단순히 주걱으로 돌리는 것이 아니라 실리콘 주걱으로 눌러가며 유화하듯 섞는 방법을 택했다. 이 방식은 쑥 성분이 초콜릿과 보다 고르게 섞이는 데 도움을 주었다.

또 하나의 변수는 온도였다. 기존 브라우니는 170도 전후에서 25분 내외로 굽는 것이 일반적이다. 하지만 쑥 성분이 포함된 반죽은 내부 수분 함량이 높아져, 겉이 먼저 익고 속은 덜 익는 문제가 발생했다. 그래서 나는 초반에는 160도로 예열한 오븐에서 15분간 굽고, 이후에는 150도로 낮춘 상태에서 추가로 10분간 구워 내부까지 열이 천천히 전달되도록 했다. 이렇게 두 단계로 나누어 굽는 방식은 반죽 전체의 밀도 유지에 큰 차이를 만들어냈다.

이 과정을 거치며 나는 단순히 ‘쑥을 넣은 브라우니’를 만든 것이 아니라, 전통 재료에 최적화된 새로운 반죽 공식을 찾아냈다고 느꼈다. 반죽은 단순히 재료를 섞는 일이 아니었다. 그것은 재료들의 성격과 물리적 반응을 고려한 정교한 조율이었고, 그 중심에서 쑥이라는 전통 식재료는 완전히 새로운 디저트 언어로 재탄생했다.

한국 전통 간식의 현대적 확장 – 식감, 맛, 비주얼의 재창조

쑥브라우니를 완성하고 나서 가장 먼저 느낀 것은 전통 간식이 반드시 ‘고정된 틀’ 안에 있을 필요는 없다는 것이었다. 실제로 완성된 브라우니는 비주얼적으로도 기존 제품과 완전히 달랐다. 초콜릿의 묵직한 색감 속에 녹색의 쑥 라인이 자연스럽게 스며들어 있어 시각적으로도 이국적인 매력을 발산했다. 식감은 기존 브라우니보다 훨씬 끈적하고 쫀득했으며, 입 안에서 퍼지는 쑥의 은은한 흙내음이 카카오의 쌉쌀함과 놀랍도록 잘 어울렸다. 이를 시식한 지인들은 하나같이 ‘이게 쑥떡이 들어간 디저트인 줄 몰랐다’고 했다. 어떤 이들은 쑥 대신 말차나 바질이 들어간 브라우니라고 착각하기도 했다. 이 실험을 통해 나는 쑥떡이 단지 한국 전통 간식이라는 이유로 한정된 방식으로 소비되고 있었음을 다시금 깨달았다. 식재료의 정체성은 조리 방식에 따라 얼마든지 바뀔 수 있고, 오히려 새로운 미각적 경험을 이끌어내는 핵심 요소로 작용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확인했다.

쑥브라우니가 던진 질문 – 전통을 계승하는 방법은 무엇인가?

나는 쑥떡 브라우니를 만들면서 전통을 단순히 ‘보존하는 것’이 아니라 ‘계승하면서 재해석하는 일’이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한국 전통 간식은 시간이 지나면서 점차 일상에서 멀어지고 있다. 하지만 그런 간식들을 새로운 문법으로 재배치하면, 오히려 더 많은 이들이 자연스럽게 접하게 될지도 모른다. 쑥은 단순한 향신료나 떡 재료가 아니라, 충분히 디저트의 중심이 될 수 있는 고유한 향과 개성을 지닌 식물이다. 쑥떡도 마찬가지다. 그 점성이 때로는 제약처럼 느껴질 수도 있지만, 그것을 다르게 보면 기존 디저트에서는 볼 수 없는 새로운 질감의 근원이 된다. 나는 이번 실험을 통해 ‘전통을 현대화한다’는 말의 진정한 의미를 다시 생각하게 되었다. 그것은 단지 모양만 바꾸는 것이 아니라, 본질을 유지한 채 새로운 관점으로 다시 꺼내는 일이다. 그리고 그렇게 만들어진 쑥브라우니는 단순한 퓨전 디저트가 아니라, 전통의 현대적 언어화였다. 한국 전통 간식은 여전히 살아 있다. 다만, 우리가 그 생명력을 어디에 어떻게 담아낼지의 문제일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