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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전통간식

[한국전통간식] 묵과 콩가루를 활용한 고단백 스포츠 간식 시제품 제작기

최근 피트니스와 웰니스 중심의 식문화가 빠르게 확산되면서, 운동 후 먹을 수 있는 고단백 간식에 대한 수요가 눈에 띄게 늘어나고 있습니다. 특히 2030 세대를 중심으로 건강과 몸매를 동시에 챙기고자 하는 흐름이 두드러지며, 단백질 보충은 단순한 트렌드를 넘어 일상적인 식사 습관의 일환이 되어가고 있습니다.

한국전통간식 콩가루

그러나 시중에 유통되는 단백질 간식 대부분은 서구식 재료에 기반을 두고 있습니다. 단백질바는 주로 유청단백(Whey Protein)이나 대두분말, 설탕, 글리세린, 식이섬유 등을 혼합한 형태이며, 단백질 쿠키나 시리얼 역시 단맛과 식감 중심으로 가공된 제품들이 주를 이룹니다.
맛은 익숙할지 모르나, 매일 먹기엔 물리기도 하고 소화가 어렵거나 느끼하다는 피드백도 적지 않습니다. 이러한 이유에서 ‘한국인의 식습관에 맞는 고단백 간식’에 대한 필요성이 제기되었고, 전통 식재료를 현대적으로 해석해 활용할 수 있는 실험이 절실했습니다.

 

그 중심에 있는 재료가 바로 묵(膱)과 콩가루(콩분말)였습니다. 묵은 지방이 거의 없고 식이섬유가 풍부하며, 콩가루는 자연 상태에서 단백질 함량이 높아 운동 직후 섭취에도 부담이 적고, 속을 편안하게 하면서도 필요한 영양소를 효율적으로 흡수할 수 있는 조합이 될 수 있습니다. 필자는 바로 이 전통 재료 두 가지를 기반으로, 운동 후 먹을 수 있는 한식 고단백 스포츠 간식 시제품 개발 실험을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이 실험은 단지 색다른 조합을 시도하는 데 그치지 않고, 실제로 먹었을 때의 식감, 보존성, 포만감, 소화의 용이성, 이동성까지 고려한 실질적인 제품 개발을 목표로 하였습니다.

[한국전통간식] 묵을 간식화하다 – 전통 식재료의 새로운 변신

묵은 도토리묵, 녹두묵, 청포묵 등 다양한 종류가 있으며, 식이섬유가 풍부하고 칼로리가 낮은 재료입니다. 전통적으로는 반찬이나 식사 대용으로 먹는 것이 일반적이나, 간식이나 포터블 식품으로 가공된 사례는 거의 없는 편입니다. 그 이유는 묵의 본래 특성이 수분이 많고 쉽게 무너지는 구조이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필자는 이 약점을 뒤집어 보았습니다. 오히려 수분을 조절하고 구조를 안정화하면, 묵은 ‘젤리와 떡 사이의 새로운 식감’을 만들어낼 수 있는 매우 독창적인 원재료가 될 수 있었습니다.

 

우선 실험에 사용된 묵은 직접 끓여 만든 100% 도토리묵으로, 방부제나 전분을 넣지 않고 오직 도토리 가루와 물, 소금만으로 제조하였습니다. 이 묵을 냉장 숙성한 뒤, 정사각형으로 잘라 저온 건조기에서 6시간 이상 천천히 수분을 날리는 방식으로 가공하였습니다. 겉면은 바삭한 필름처럼 얇게 마르고, 속은 탱글한 젤리 질감을 유지하면서도 묵 특유의 쫀득함이 살아났습니다. 이 상태의 묵은 한 입 크기의 고형 젤리 간식처럼 사용할 수 있으며, 냉동 보관이 가능하고 해동 후에도 식감이 무너지지 않는 장점을 가집니다.


무엇보다 별도의 튀김이나 굽는 과정을 거치지 않기 때문에 기름기와 당도가 거의 없는 상태로 간식화할 수 있다는 점에서 매우 이상적이었습니다. 묵은 간단한 간장 양념 없이도 고소한 맛이 느껴지는 식재료이며, 도토리 특유의 약간의 떫은맛과 견과류 같은 뒷맛이 단맛 없이도 풍미를 더해줍니다. 이러한 묵 위에 뿌릴 토핑으로 선택된 것이 바로 ‘볶은 콩가루’였습니다. 묵의 쫀쫀한 텍스처와 콩가루의 고소한 분말감이 만나면서 씹는 재미와 입안에 남는 고소한 여운이 균형감 있게 조화되기 시작했습니다.

콩가루로 단백질을 채우다 – 첨가물 없이 영양을 잡다

콩가루는 전통적으로 떡이나 인절미에 뿌리는 용도로 쓰이지만, 사실 그 영양학적 가치는 매우 높습니다. 특히 볶은 콩을 곱게 간 ‘볶은 콩가루’는 100g당 약 35g 이상의 단백질 함량을 자랑하며, 대두의 자연 상태에서 가장 이상적인 단백질원으로 꼽히고 있습니다. 무가당, 무첨가 상태로 그대로 사용할 수 있으며, 별도의 정제 과정을 거치지 않아 비타민과 미네랄, 식이섬유의 손실도 적은 것이 특징입니다.

 

이 콩가루를 단순히 뿌리는 수준이 아니라, 소량의 조청 시럽 또는 비정제 아가베 시럽에 섞어 부드러운 크럼 형태로 가공한 뒤, 건조된 묵 위에 얹어 한입 스낵처럼 구성하였습니다. 이 구성은 단맛을 최소화하면서도 입에 콩가루가 날리지 않고, 묵 위에 자연스럽게 밀착되는 효과를 주었습니다. 포인트는 당 함량을 최소로 유지하면서도 맛의 깊이를 확보하는 것이었고, 조청을 활용하면 당류 첨가 없이도 충분히 고소하고 깔끔한 여운을 남길 수 있다는 점에서 매우 유효했습니다.


또한, 콩가루 자체에 이소플라본, 칼륨, 철분, 마그네슘 등의 영양소가 포함되어 있어, 단백질 외에도 운동 후 회복을 도와주는 기능성 영양소 보충에도 도움이 되는 구조가 만들어졌습니다. 실제로 이 시제품을 시식한 운동 전문가와 헬스 트레이너들은 “기존 단백질바보다 소화가 훨씬 편하고, 하루 두세 번 먹어도 질리지 않을 것 같다”, “가벼운 간식이지만 포만감이 확실히 있고, 콩의 고소함이 기분 좋은 여운을 준다”는 평가를 해주었습니다. 특히 글루텐 프리, 비건 식단을 병행하는 이들에게는 기존 간식 대체품으로 매우 유효한 포지션을 가질 수 있는 가능성을 보였습니다.

시제품의 한계와 발전 방향 – 전통을 기능식으로 연결하는 미래

물론 이번 실험이 모든 면에서 완성되었다고 보기는 어렵습니다. 가장 큰 한계는 보존성과 상온 안정성입니다. 묵은 본래 수분이 많은 식재료이기 때문에, 장시간 보관 시에는 변색이나 조직 수축 등의 문제가 생길 수 있습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선 묵의 전분 조성과 구조 자체를 일부 수정하거나, 전통 묵과 유사한 텍스처를 가진 '전분 젤 베이스' 식재료와 블렌딩하는 기술 개발이 필요합니다.

 

예를 들어, 병아리콩 전분, 찹쌀가루, 곤약분말 등을 조합하면 기존 묵보다 단단하고 수분에 강한 구조체를 만들 수 있습니다. 또한, 현재까지는 수작업으로 제작된 시제품이었기 때문에 대량생산을 위한 금형, 건조 방식, 위생 안전 설비 등에 대한 고민도 필요합니다. 하지만 이번 실험은 명확한 가능성을 보여주었습니다. 전통 식재료가 단순히 옛날 방식 그대로가 아니라, 현대인의 니즈에 맞게 재구성되고, 기능성 간식으로 진화할 수 있다는 점을 증명해낸 것이었습니다.

 

앞으로는 묵의 종류를 다양화하고, 콩가루 외에도 들깨가루, 검은콩가루, 귀리분말, 호두가루 등으로 확장하여 맛, 색감, 영양소, 기능에 따라 조합을 달리한 스포츠 간식 라인업을 기획할 수 있을 것입니다. 또한, 개인 맞춤 영양설계가 가능한 스마트 푸드 시장과 연결되면, 단순 간식을 넘어 웰니스 라이프스타일을 반영하는 고기능성 푸드 브랜드로도 발전할 수 있습니다. 이러한 시도는 단지 새로운 간식을 개발하는 일에 그치지 않습니다. 우리가 무심코 지나치던 한국 전통 식재료가 새로운 문화적, 영양학적 가치로 거듭나는 과정이자, 과거와 현재를 연결하는 식문화의 진화라는 점에서 큰 의미를 지닌다고 믿습니다.

 

묵은 단순한 한 끼의 부재료가 아닙니다. 묵이라는 음식은 우리 조상들이 자연 속에서 얻은 재료를 최대한 단순한 조리법으로 가공하면서도,
몸에 부담을 주지 않고 포만감을 주는 방식을 끊임없이 고민한 끝에 남긴 식문화의 한 형태입니다. 그 역사와 전통은 수백 년 이상 이어져 왔으며, 오늘날까지도 꾸준히 우리 식탁에 오르고 있습니다. 묵은 주로 도토리, 녹두, 청포(녹말), 메밀 등의 식물성 재료를 곱게 빻거나 갈아 물과 섞은 뒤 끓여서 응고시킨 음식입니다.


이 과정에서 전분이 열을 받아 점성이 생기고, 식으면서 탱탱한 묵 형태로 굳어지게 됩니다. 이렇듯 열과 시간, 자연의 재료만으로 완성되는 묵은 화학첨가물 없이도 완전한 한 끼를 구현하는 방식으로 평가받고 있습니다.특히 도토리묵은 수렴 작용이 있는 탄닌 성분 덕분에 소화기 건강에 도움을 줄 수 있고, 청포묵은 탄수화물 함량이 낮고 칼로리가 적어 다이어트식이나 환자식으로도 활용되어 왔습니다.

 

이러한 특성은 현대의 웰빙 식단, 클린 이팅(clean eating), 글루텐 프리 식단 등과도 자연스럽게 연결됩니다. 묵의 식감은 독특하면서도 세련됐습니다. 말캉하고 쫄깃한 텍스처는 젤리나 떡과는 다른 중간 질감의 조용한 탄력감을 지니고 있으며, 양념장이나 곁들임 없이도 묵 자체에 은은한 고소함과 담백한 뒷맛이 남습니다. 묵은 조미료 없이도 성숙한 맛을 낼 수 있는 음식이며, “심심하지만 질리지 않는 맛”의 대표적인 예로 손꼽힙니다. 이처럼 묵은 전통적인 조리 방식 속에 깃든 자연 친화성과 미니멀리즘적인 식문화 철학을 상징하는 음식입니다. 묵 한 조각에는 단순히 재료만이 아니라, 우리 음식이 추구하는 절제와 조화의 미학이 함께 담겨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